대한민국 정치 현대사를 돌아보면, 권력의 추락은 예외 없이 ‘가까운 사람들’의 탐욕에서 비롯됐다. 개혁을 외치며 권력을 잡은 정권들도 말기에 되풀이된 것은 측근 비리와 가족의 일탈이었다. 반복되는 이 패턴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이자 정권 몰락의 숙명처럼 굳어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족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정작 국정을 좌지우지한 것은 ‘비선 실세’ 최순실이었다. 국정농단 사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측근 비리는 없다’고 장담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본인 역시 다스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17년형을 선고받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은 정경유착의 전형이다. 전두환은 40여 개 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고, 무기징역과 추징금이 선고됐다. 노태우 역시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의 불법 자금 중 상당수는 아직도 환수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문민정부에 넘어와도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는 한보사태와 무기 도입 로비 사건, 아들 김현철 씨의 구속으로 개혁 이미지를 잃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위기 극복과 남북정상회담 같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세 아들이 연이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며 도덕성 논란에 직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로 정치적 고통을 겪었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결국 봉하마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또한 측근과 가족 관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 관련 고위공직자의 투기 논란, 의전·의상비 논란 등은 집권 후반기 내내 정권의 도덕성을 흔들었다. 문 전 대통령은 ‘딸 가족의 태국 이주를 위한 특혜 채용’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상태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더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계엄령’ 선포라는 충격적 사안 끝에 탄핵을 당했고,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부인 김건희 또한 전시회 후원금, 허위 학력, 매관매직 등 각종 의혹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역대 정권 몰락의 서사는 놀랍도록 유사하다. 대통령이 어떤 철학을 갖고 집권을 하든지, 실제 정권을 운영하는 것은 수많은 보좌진과 측근들이다. 대통령 가족은 그 자체로 공적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이제는 상식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 역시 다르지 않다. 정권의 명운은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관리에 달려 있다. 측근과 가족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또 한 번의 추락을 피할 수 없다. 역대 정권의 실패는 하나같이 ‘반면교사’를 외면한 데서 비롯됐다. “권력은 가까운 곳부터 무너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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