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안보, 중국 자본이 파고든다

서준석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10/28 [14:27]

한국의 경제안보, 중국 자본이 파고든다

서준석 논설위원 | 입력 : 2025/10/28 [14:27]

▲ 시사포스트 서준석 논설위원

한국의 경제 심장부에 중국 자본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대림동과 신림동, 사당동을 넘어 강남의 부동산 시장까지 중국 자본이 점령했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채·주식·스타트업·기술·데이터 등 국가 안보의 근간이 되는 핵심 분야까지 중국 자본이 침투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한국의 국채 규모는 138조 원, 전체의 20%를 넘어섰다. 국가 채무의 약 4분의 1이 중국 손에 들어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 8월에도 중국은 19조 원어치의 국채를 추가 매입했다. 이는 단순히 수익을 노린 금융투자가 아니다. 한 나라의 금리와 통화 가치, 나아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지렛대를 확보한 것이다.

 

만약 중국이 외교적 갈등이나 정치적 긴장을 이유로 한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한다면, 금리 폭등과 원화 급락으로 금융시장 불안은 순식간에 현실이 될 수 있다. 경제의 혈관이 중국 자본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 21조 원 수준이던 중국의 국내 주식 투자는 2025년 35조 원으로 66% 증가했다. 단순히 투자 규모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투자 방식이 변하고 있다. 중국 자본은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이사회 참여와 경영 간섭, 기술 접근권 확보를 조건으로 들어오고 있다.

 

카카오, 넷마블, 쿠팡 등 주요 ICT 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일부에는 이미 중국계 펀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참여가 아니라 기술 패권과 정보 주권을 겨냥한 구조적 침투다.

 

표면적으로는 상호이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경제·기술·문화 영역에서 상대국의 의존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다. 일종의 ‘경제적 종속화’이다. 한국이 중국산 부품, 원자재, 자본, 관광객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중국은 이미 한국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여러 개의 스위치를 쥐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 확대를 시장 개방의 성과로만 평가하며, 자본 유입의 속성과 목적을 정밀하게 분석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경제안보 개념이 여전히 느슨하다. 경제는 외교와 안보의 최전선이다. 국경을 넘는 자본의 흐름이 곧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첨단산업과 디지털 기술 영역에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AI 개발, 플랫폼 서비스 등에서 중국 자본은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며 핵심 기술과 데이터를 함께 가져간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 기술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의 통제’인데, 우리는 그 부분을 스스로 내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경제협력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의 의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투자라는 이름의 침투를 방치한다면, 언젠가 우리의 금융, 산업이 중국의 결정 하나에 흔들릴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정부는 이제라도 경제안보 전략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외국 자본의 국채 및 주식 보유 한도, 핵심 산업에 대한 외국인 이사회 참여 제한, 기술이전 심사 제도 강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은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한국의 심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경계의 눈을 떠야 할 때다. 우리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경제의 주권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것이다. 경제안보를 지키는 일,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서준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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