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고민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풍요는 분명 축복이다. 그러나 그 풍요 속에서도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부족함이 없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사람은 부족함을 느낄 때 비로소 스스로를 단련한다. 부족함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성장의 출발점이다. 원하는 것을 쉽게 가질 수 없었던 시절, 우리는 기다림과 절제, 선택의 책임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인내와 도전 정신이 자라났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들의 성장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문제는 풍요 그 자체가 아니라, 교육과 청소년 정책이 이 풍요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있다. 현재 청소년 정책은 보호와 지원, 편의 제공에 집중되어 있다. 학습 부담은 줄이고, 실패와 경쟁을 최소화해 아이들이 좌절을 겪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의도는 선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반드시 겪어야 할 기다림과 좌절, 책임과 극복의 경험까지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원은 늘었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줄어들었다. 무엇을 해줄 것인지는 풍부해졌지만,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지는 희미해졌다. 꿈을 말하지만, 그 꿈을 위해 견뎌야 할 부족함과 책임을 가르치는 정책은 드물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채워주는 사회가 아니다. 부족함을 견디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사회다. 교육은 지식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되며, 삶의 불편함을 감당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청소년 정책 역시 보호를 넘어 절제와 책임, 실패를 포함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청소년 정책의 방향 전환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 과정에 ‘통제된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노력 없이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경험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둘째, 지원 정책은 단순 제공이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전제로 한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셋째, 실패를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회복력을 키우는 교육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넷째, 학교와 지역사회는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 책임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를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성장할 기회다. 풍요를 줄일 것이 아니라, 풍요 속에서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청소년 정책이 다시 ‘사람을 키우는 정책’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아이들의 미래는 안녕해질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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