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예능 프로그램 ‘운명전쟁49’가 순직 경찰관의 죽음을 희화화한 장면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공권력의 최전선에서 범인을 쫓다 목숨을 잃은 이의 희생이, 무속인의 추정과 예능적 웃음 코드 속에서 ‘미션’으로 소비됐다.
지난 11일 공개된 ‘운명전쟁49’ 2화는 2004년 강력 사건 피의자 검거 도중 순직한 고(故) 이재현 경장의 사인을 맞히는 미션을 내보냈다. 한 출연 무속인은 고인의 죽음을 두고 “칼빵”이라는 저속한 은어를 사용했고, 진행자인 방송인 전현무는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제복 입은 분이 칼빵이다. 너무 직접적이죠?”라고 맞장구쳤다. 제복을 입은 공무원의 죽음이, 자극적 표현과 함께 ‘적중 여부’를 겨루는 게임의 소재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경찰청은 디즈니+ 예능 ‘운명전쟁49’ 제작사에 공식 사과와 해당 방영분 편집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심의 요청도 검토 중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범인 검거 중 순직한 공무원의 희생을 저속한 은어로 비하하고 유희의 소재로 삼은 행태에 깊은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제작진과 전현무는 뒤늦게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사과의 진정성 이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이 장면이 기획·촬영·편집·유통의 과정을 거쳐 아무 제동 없이 공개됐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다. 고인의 실명을 사용하고, 구체적 사건을 차용해 ‘사인 맞히기’라는 형식으로 구성한 발상은 누가 봐도 위험했다. 왜 최소한의 공적 감수성조차 점검하지 못했는가.
특히 공적 희생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순직 공무원의 죽음은 유족과 동료들에게 현재진행형의 상처다. 그 비극을 가벼운 농담과 자극적 언어로 소비하는 순간, 방송은 오락을 넘어 타인의 고통을 전시하는 행위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자극의 인플레이션’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 세고 더 노골적인 장면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으려는 유혹이 커진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죽음, 특히 공적 임무 수행 중의 죽음은 그 선 안쪽에 있다.
이번 사태는 출연자 한 명의 실언으로 축소할 일이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적 사건을 오락화한 구조,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제작 시스템, 그리고 플랫폼의 책임까지 함께 짚어야 한다.
오락은 웃음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웃음이 누군가의 비극 위에 세워질 때, 그것은 웃음이 아니라 폭력에 가깝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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