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리폼 소송’ 대법원, “상표권 침해 아냐”…법적 경계선 제시

최하나 기자 | 기사입력 2026/02/26 [15:31]

‘루이비통 리폼 소송’ 대법원, “상표권 침해 아냐”…법적 경계선 제시

최하나 기자 | 입력 : 2026/02/26 [15:31]


대법원이 이른바 ‘명품 리폼’의 법적 경계선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개인 소유자가 자신의 사용을 목적으로 명품 가방 등을 수선·변형하는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리폼업자가 실질적으로 제품을 제조·유통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6일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이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리폼업자의 행위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첫 법리 제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명품 리폼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기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씨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객이 맡긴 루이비통 가방을 해체한 뒤 원단과 금속 부품 등을 활용해 크기·형태·용도가 다른 가방과 지갑으로 제작했다. 제작비로는 개당 10만~70만원을 받았다.

 

1·2심은 리폼 제품이 중고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독립된 ‘상품’에 해당하고, 일반 수요자가 해당 제품의 출처를 루이비통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 1심은 이씨에게 15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고, 2심도 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소유자로부터 개인적 사용 목적의 주문을 받아 그 의사에 따라 변형·가공한 뒤 결과물을 반환한 경우라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단순한 개인 맞춤형 가공 서비스라면 상표권 침해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예외도 분명히 했다. 겉으로는 개인 사용을 위한 리폼처럼 보이더라도 ▲리폼 과정 전반을 업자가 지배·주도했는지 ▲제품의 목적·형태·수량 등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 주체가 누구인지 ▲수령한 대가의 성격 ▲사용된 재료의 출처 ▲완성품이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유통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업자가 자신의 제품을 생산·판매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 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명품 소유자가 시장 유통 목적의 리폼을 요청했고, 업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관여했다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도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으며 사회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법원은 지난해 12월 공개변론을 열어 양측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신중한 심리를 거쳤다.

 

이번 판결로 명품 리폼 시장은 일정 부분 제도권 내 활동의 여지를 확보하게 됐다. 다만 리폼이 수선을 넘어 사실상 신제품 생산·유통으로 평가될 경우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최하나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