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피어난 계절, 순천만국가정원의 봄

최하나 기자 | 기사입력 2026/02/27 [17:44]

색으로 피어난 계절, 순천만국가정원의 봄

최하나 기자 | 입력 : 2026/02/27 [17:44]

▲ 사진=순천시 

 

봄은 늘 남쪽에서부터 올라온다. 그리고 그 첫 장면은 전남 순천에서 펼쳐진다. 순천만국가정원이 계절의 문을 열며 다시 한 번 ‘꽃의 도시’라는 이름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정원의 봄은 유난히 화사하다. 튤립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개화하며 동원 맞이원과 스페이스허브, 네덜란드 정원을 붉고 노란 빛으로 물들였다. 60종, 100만 본 규모로 확대된 튤립 군락은 색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한 송이의 꽃이 아니라, 색채가 공간을 점유하는 장면에 가깝다. 걷는 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카메라는 잠시 분주해진다.

 

튤립 뒤로는 백목련과 자목련이 노을정원과 나무도감원에서 차분히 봄의 깊이를 더한다. 이어 수선화와 아네모네, 벚꽃, 유채가 릴레이처럼 피어날 예정이다. 3월 한 달, 정원은 ‘피어남’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시간의 표정이 된다.

 

이곳의 봄은 감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원을 무대로 한 ‘가든 멍’ 프로그램은 쉼의 방식을 새롭게 제안한다. 뜨개질로 손끝에 집중하는 ‘뜨개질 멍’, 문장을 채집하는 ‘글멍’은 멈춰 서서 바라보는 대신, 몸을 움직이며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바쁜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자연 속에서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 문화적 실험이기도 하다.

 

미식 또한 봄의 한 장면을 완성한다. 벚꽃이 흩날리는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피크닉과 도시락 콘테스트, 정원 곳곳의 특색 있는 공간에서 즐기는 음식은 계절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한다. 꽃을 배경으로 나누는 식사는 풍경을 기억으로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정원의 풍경은 수평과 수직을 오가며 확장된다. 동천을 따라 운항하는 정원드림호, 순천만을 잇는 스카이큐브, 관람차는 꽃을 다른 높이와 각도에서 조망하게 한다. 특히 동천변 벚꽃길을 바라보는 수상 시선은 정원을 또 하나의 장면으로 재구성한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 뒤에는 계절을 준비해온 시간들이 있다. 겨울의 땅에 구근을 심고 새벽 공기를 가르며 물을 주던 정원사들의 손길이 오늘의 색을 만들었다.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기다림과 노동 위에서 피어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이제 도시의 문화적 상징이 됐다. 꽃은 도시를 장식하는 요소를 넘어, 사람을 불러 모으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개가 된다. 봄은 풍경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꽃이 피면, 도시는 다시 숨을 쉰다. 그리고 그 숨결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봄을 만난다.

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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