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향기를 품은 꽃, 라일락을 아시나요

심현자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4/21 [12:42]

첫사랑의 향기를 품은 꽃, 라일락을 아시나요

심현자 논설위원 | 입력 : 2026/04/21 [12:42]

▲ 심현자 논설위원 ©시사포스트

봄이 깊어질수록, 정원 어딘가에서 은은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스며든다. 그 향기의 주인공은 바로 라일락,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조용히 다가와 마음 깊은 곳을 흔드는 꽃, 라일락은 그렇게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깨우는 향기의 꽃이다.

 

라일락의 고향은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 지역이다. 낯선 땅에서 시작된 이 꽃은 세월과 함께 국경을 넘어,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봄을 알리는 상징의 꽃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4월에서 5월 사이에 하얀색과 연보라색 그리고 보라색의 꽃송이를 한껏 터뜨리며 봄의 절정을 알린다.

 

라일락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향기다. 짙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향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일까.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그리고 ‘사랑의 시작’이다. 인생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 아직은 서툴고 조심스러웠던 감정들이 라일락 향기처럼 은은하게 마음을 흔든다.

 

우리는 종종 화려함에 눈을 빼앗기지만, 라일락은 다르다. 작고 별 같은 모양의 꽃들이 모여 하나의 풍성한 꽃송이를 이루고, 함께 있음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서로는 작지만 모이면 하나의 장관이 되는 꽃, 그 모습은 마치 사람의 삶과도 닮아 보인다.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인생을 만들어내듯, 작은 꽃들이 모여 봄을 완성한다.

 

라일락은 기다림의 꽃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을 묵묵히 견딘 뒤, 따뜻한 햇살이 비로소 스며들 때 꽃망울을 살포시 연다.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조용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생에도 꽃피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르게 찾아온다.

 

어쩌면 라일락은 말없이 이야기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향기로, 색으로, 그리고 존재 자체로, 그래서 우리는 라일락 앞에서 잠시 멈춘다. 그리고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린다.

 

오늘도 라일락 향기를 마주한다면 잠시 마음을 열고 걸음을 멈춰보자.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며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를 물어보자. 향기를 품은 라일락은 말하지는 않지만, 분명 우리에게 답을 건네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잊고 있던 봄의 기억일 것이다.

심현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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