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취소 특검법과 무산된 개헌

최종표 발행인 | 기사입력 2026/05/08 [17:29]

공소취소 특검법과 무산된 개헌

최종표 발행인 | 입력 : 2026/05/08 [17:29]

▲ 발행인 최종표  ©시사포스트

최근 공소취소특검법 발의를 주도한 여당 의원이 라디오와 유튜브에 출연해 “국민 10명 중 8~9명은 공소취소의 뜻을 모른다”고 말했다. 표현은 다소 달랐지만, 핵심은 같다. 국민 다수가 제도의 구조와 법적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 발언은 오히려 국민적 반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 특검법은 단순 정치 현안이 아니다. 특검이 수사하게 될 사건만 12건에 이르고, 그 가운데 8건이 현직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그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이다.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국민이 느끼는 상식과 정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법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그러나 피의자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할 특검 임명권자가 그 당사자라면 공정한 수사를 한들, 국민으로서는 “과연 공정한 수사로 보겠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법 이전에 국민 신뢰 위에 서야 한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정치권이 국민을 단순지지층이나 선거 숫자로만 바라본다면 그 순간 민심은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이런 첨예한 대치 상황 속에서 개헌 투표까지 추진됐다. 무려 39년 만의 개헌 시도였지만, 야당 불참 속에 정족수 미달로 불성립되고 말았다. 개헌은 국가의 틀을 다시 짜는 중대한 일이다. 다수결 정치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이 전제되지 않는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

 

여당이 진정으로 개헌 의지가 있었다면, 먼저 야당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어야 했다. 국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고 초당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설득 과정이 선행됐어야 한다. 그러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속도전처럼 추진되다 보니 결국 정치적 충돌만 키운 셈이다.

 

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개헌 참여 자체를 거부했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과 논리가 더욱 분명했어야 한다. 개헌은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한 채 논의 자체를 외면하는 모습 또한 국민에게는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다.

 

여당이 다시 개헌을 상정하려 했으나, 8일 또다시 무산됐다. 결국 이번 개헌 무산의 배경에는 6·3 선거를 둘러싼 극한 대치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12·3 계엄 사태와 연결된 정치적 흐름이 6.3선거에서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고, 여당은 개헌 드라이브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러나 개헌은 정략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은 권력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회적 계약이다.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추진되는 순간 신뢰를 잃게 된다. 다시 개헌을 추진하려면 여당은 야당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명분과 신뢰를 쌓아야 하고, 야당 역시 무조건 거부보다는 국가 장래를 위해서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상식과 절제이다. 개헌도, 특검도 결국 국민 신뢰 위에서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종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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