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임금·성과급 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은 피했지만, 재계와 학계 안팎에서는 “노조가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관철하며 시장 원칙을 흔들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경기 수원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21일 예정됐던 총파업은 유보됐다. 합의안에는 성과인센티브(OPI) 1.5%와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포함한 총 12% 수준의 성과급 지급안이 담겼다.
특히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일회성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제도화됐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는 DS부문 영업이익이 누적 200조원을 넘을 경우 지급하고,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매년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을 조건으로 삼았다.
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고, 나머지는 각각 1년과 2년 뒤 처분이 가능하다. 특별경영성과급의 60%는 DS부문 내 흑자 사업부에, 나머지 40%는 DS부문 전체에 배분된다. 적자 사업부에 대한 감액 기준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임금 체계 개편도 포함됐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은 기준인상률 4.1%에 성과인상률 평균 2.1%를 더해 결정됐다. 샐러리캡은 CL4 기준 1억3000만원으로 상향됐고, CL3와 CL2도 각각 1억1000만원, 8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 밖에 사내 주택대부 제도 시행, 자녀 출산 경조금 상향, DX부문 및 CSS사업팀 대상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 방안도 담겼다.
이번 합의에는 정부도 적극 개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한 노사의 대승적 결단”이라며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의 중재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역시 “국민과 주주, 고객의 성원과 정부 조정 노력 덕분에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며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남긴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노조가 총파업을 앞세워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을 사실상 제도화한 것을 두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기본 원칙 훼손했다”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조계와 주주단체 일각에서는 “노사 합의만으로 영업이익 일부를 성과급으로 자동 배분하는 것은 상법상 주주의 이익처분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과 업무상 배임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대기업 노사 협상 전반에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파업 압박을 통해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경영 안정성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잠정 합의안은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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