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유세 차량의 확성기 소리와 휴대전화를 가득 채우는 선거 문자 속에 눈과 귀는 피로해지고 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이번 6·3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분주하지만, 유권자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냉철한 시선으로 후보와 공약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5월 29일과 30일 실시된 사전투표율은 23.51%를 기록했다. 역대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본투표 일을 기다리지 않고 한 표를 행사했다.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정치 불신과 냉소를 넘어 “우리 지역의 미래는 내가 결정한다”는 시민의식이 표출된 결과로, 이보다 강력한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힘은 없다.
그러나 투표 열기가 높아질수록 선심성 공약 또한 범람하고 있다. 선거만 되면 등장하는 무상 지원 확대, 재원 대책 없는 복지 공약, 경제성 검증조차 끝나지 않은 대형 개발 사업들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달콤한 유혹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공약은 선물이 아니라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책이다.
오늘의 무책임한 약속은 내일의 재정 부담이 된다.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약속하는 수조 원 규모의 사업비는 결국 지방채와 세금, 그리고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돌아온다.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적 정책은 지역 발전의 토대를 허물고 지방재정을 병들게 만드는 독이 될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역의 현실적 과제들은 외면받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청년 일자리, 골목상권 침체, 돌봄과 복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으나, 일부 후보들은 실현 가능성보다 화려함에 치중한 공약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에 급급하다. 지방선거가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니라 인기 경쟁으로 변질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번 높은 사전투표율은 정치권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구호와 이미지에만 흔들리지 않는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 재원 조달 방안, 후보자의 도덕성과 행정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높은 투표율은 정치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엄격한 감시의 표현이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아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정당 간 세력 다툼의 연장전도 아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부모님이 이용하는 복지시설, 매일 오가는 도로와 대중교통, 지역 경제 등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다.
유권자의 한 표가 지역의 예산을 결정하고,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만든다. 반대로 투표를 포기할 때 무능한 정치와 무책임한 행정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지방자치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깨어 있는 시민의 참여다. 사전투표에서 보여준 높은 관심이 본투표에서도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민의가 완성된다.
표는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받는 선물이 아니다. 시민이 미래를 위해 행사하는 권리이자 책임이다. 선심에 흔들리지 않는 표심만이 지방자치를 건강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그 상식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인기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