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대립과 진영 논리가 일상이 된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최근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인사가 단행됐다. 대한적십자사 제32대 신임 회장으로 보수 성향의 인요한 전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물론 과거 그의 당내 활동이나 정치적 행보를 두고 야권 일각이나 시민사회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진영의 선명성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이번 인사가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정쟁의 시선이 아닌 국민과 인도주의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면, 비판의 목소리보다 ‘잘한 결정’이라는 평가와 기대의 박수가 이어지는 배경을 알 수 있다
적십자의 정신은 본래 국경과 종교, 그리고 정파를 초월한다. 재난이 닥친 곳에 구호의 손길을 뻗고, 소외된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진보의 손과 보수의 손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숭고한 봉사의 영역에서만큼은 여야가 서 있는 자리가 달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인요한 전 의원은 적십자사를 이끌 최적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의 삶 자체가 봉사와 헌신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구한말 한국을 찾은 선교사 가문의 4대손으로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1987년 서양인 최초로 대한민국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한국형 구급차를 최초로 개발해 수많은 응급 환자의 목숨을 구했고, 유진벨재단을 통해 북한 결핵 퇴치 지원 사업을 이끄는 등 공공 보건의료 현장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헌신해 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된 그의 발자취는 진영 논리로 재단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정치가 갈등을 양산할 때, 복지와 인도주의는 상처를 치유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인사는 내 편만 챙기는 진영 정치의 굴레를 깨고, 오직 능력과 봉사 정신만을 기준으로 삼은 실용주의적 결단이자 국민 통합의 메시지다. 보수 정치인 출신의 인요한 전 의원을 적십자 수장으로 앉힌 것은 정부로서도 과감한 선택이었으며, 이를 통해 국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가 없다는 협치의 가능성을 행동으로 증명해 보였다.
인요한 전 의원은 “적십자의 숭고한 인도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헌신하겠다”는 각오이다. 이제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확고한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을 향한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한적십자사의 가치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는 것이다.
붉은 십자가 아래에서는 그 어떤 정치적 색깔도 옅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인사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가 정쟁을 멈추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상생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시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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