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2천 명, 10년 후 감당할 수 있을까

권재일 충남본부장 | 기사입력 2024/03/08 [15:16]

의대 증원 2천 명, 10년 후 감당할 수 있을까

권재일 충남본부장 | 입력 : 2024/03/08 [15:16]

▲ 시사포스트 권재일 충남본부장 

요즘 일을 찾아서 하는 공직자를 만나기가 힘들다. 만약 발 빠르게 일을 찾아서 하는 공직자가 있다면 아낌없이 격려해야 한다. 그러나 허상·헛것을 보고 일을 추진한다면 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

 

바로 의대 정원이다.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며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린다고 선포했다. 이에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대 교수들도 사직을 불사하겠다고 함께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생각해볼 문제는 의사를 2,000명까지 늘려야 할 정도로 부족한가이다. 현실은 대학병원에 가는 것이 조금 불편이 따를 뿐 크게 힘들지는 않다.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어느 선진국보다도 잘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으로 값싸고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15.7회로 OECD 국가 평균 5.9회보다 2.6배 높다.

 

의사 부족 현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근거자료가 OECD 국가들의 인구 당 의사의 비율이다. 국가마다 사람들의 의식이나 행태는 모두가 다르다. 외국에서는 의사들이 시간 외 근무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은 환자의 질병 상태에 따라 찾아가는 병원이 확연히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감기만 걸려도 메이저급 병원을 찾는다. 또 중증환자들이 서울로 몰리다 보니, 진료받기가 힘들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고, 필수의료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방거점병원을 늘려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광역시도 별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지역의료원과 요양병원 등에 투자가 있어야 한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여기에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의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주는 것이다. 아무리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고 하지만 의사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필수과인 의사들에게 반대급부를 제공해 줘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의사를 2,000명 증원한들 모두 피부과, 성형외과 등으로 쏠리면 의사 부족 현상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강국 지향 관점에서 볼 때 지금보다 년 3~400명 증원이면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공산국가가 아니다.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의사들을 마음대로 배치할 수도 없다. 장기적인 전략으로 의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역의료에 헌신할 의사 양성을 위한 장학제도 운영, 필수의료 지원, 지역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투자 등 정책 변화 없이 의대 정원만 늘린다면 10년 후에는 의사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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